막스 리히터의 사진
작곡가
피아노

막스 리히터

1966년 3월 22일 - 독일 하멜른

Photo © William Waterworth

소개

막스 리히터는 동세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 중 한 명이다. 장르를 새롭게 정의한 솔로 앨범들과 영화, 무용, 미술, 패션을 위한 수많은 음악에서 드러나는 그의 클래식 기법과 전자 기술의 융합은 전 세계에 수많은 팬을 확보했으며, 한 세대의 음악가들을 위한 길을 개척했다.

그의 아홉 번째 솔로 앨범 — 옥스퍼드셔의 평온한 시골에 새로 마련한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작곡하고 녹음한 작품 — 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음악가의 순간적인 자화상이다. 리히터의 표현에 따르면 IN A LANDSCAPE는 “양극성을 조화시키는” 앨범으로, 전자음악과 어쿠스틱, 인간과 자연 세계, 삶의 거대한 질문들과 살아가는 소소한 기쁨을 한데 모은다.

19개 트랙으로 이루어진 이 앨범은 2022년 여름, 난민 위기를 다룬 발레 음악 EXILES와 “부정의 오케스트라” 및 세계인권선언문 수백 건의 낭독으로 구성된 Voices 등, 이전 프로젝트들이 지닌 긴박한 정치적 분위기에 대한 자연스러운 균형추로서 시작되었다. 한편 리히터가 진행하던 의뢰 작업들 역시 마거릿 애트우드의 포스트아포칼립스 작품 MADDADDAM을 발레로 각색한 작품, 마크 로스코 회고전을 위한 음악, 요한 렌크의 SF 드라마 SPACEMAN과 엘리자베스 모스 주연 첩보 스릴러 THE VEIL의 음악을 포함해, 마찬가지로 극적이고 개념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다.

다음 프로젝트에는 재조정이 필요했다. 리히터의 바로 곁을 둘러싼 환경으로 초점을 옮긴 IN A LANDSCAPE는 현재를 성찰하는 동시에 바흐와 퍼셀부터 키츠, 워즈워스, 앤 카슨의 시에 이르기까지 평생에 걸친 예술적 영향을 인식할 수 있는 정신적 공간을 그려낸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내가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려는 것이죠. 지금 이 순간에 대한 회고록 같은 거예요”라고 말한다. 

IN A LANDSCAPE는 리히터와 그의 아내인 시각 예술가 율리아 마르가 설계하고 운영하는, 미니멀리즘과 친환경 의식을 바탕으로 한 창작 공간 스튜디오 리히터 마르에서 녹음한 그의 첫 솔로 앨범이다. 그는 “건물 전체가 하나의 악기 같아요”라고 말한다. “건물이 지닌 가능성과 각각의 공간이 내는 소리, 모든 질감을 탐색하고, 그곳만의 고유한 흔적을 발견하려는 요소가 있습니다.”

창작 과정은 의도적으로 미니멀하게 이루어졌다. 리히터는 손으로 악보를 쓰고 현악 5중주, 그랜드 피아노, 해먼드 오르간, 미니무그에 테이프 딜레이, 보코더, 리버브만을 더해 몇 가지 색채로만 음향 팔레트를 제한했다. “저는 언제나 사물의 본질에 닿고, 모든 것의 가장 단순한 형태에 이르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만든 작품들 사이에는 현장 녹음과 일상의 소란으로 엮은 아홉 개의 ‘Life Studies’가 배치된다. 숲을 지나는 발걸음, 부엌에서 지글거리는 달걀, 홍콩 공항의 수하물 카트, 피아노로 모차르트를 연습하는 소리 등이 그것이다. 선적인 마음가짐을 지닌 창작자가 포착한 이 단순한 알아차림의 행위는 앨범 제목 속 “풍경”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리히터의 도약을 이끈 2002년작 MEMORYHOUSE 와 2004년작 THE BLUE NOTEBOOKS를 특징지었던 발견된 소리들을 떠올리게 한다.

어둡게 감싸 안는 전주곡(‘They Will Shade Us With Their Wings’)부터 17세기 영국 작곡가 존 에클스의 작품을 장중하게 발전시킨 곡(‘Love Song’)에 이르기까지, 이 앨범은 “정서적 직접성과 아름답게 빚어진 것들”을 향한 리히터의 평생에 걸친 탐구를 더욱 깊게 한다. 빛나는 피아노의 소용돌이(‘A Colour Field’)와 사색적인 전자음의 구름(‘Only Silent Words’)은 가장 섬세한 손길로 상반된 에너지를 한데 모은다. “음악은 아주 단순하게 느껴지지만, 우연히 놓인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음은 제가 매우 신중하게 배치한 자리에 있습니다.”

IN A LANDSCAPE는 또한 훼손된 세계 속 우리의 위치를 성찰한다. 바람 부는 풍경을 담은 워즈워스의 원초적 생태주의적 상상력과 전후 시인 피터 레드그로브의 시에 응답하며, 두 곡(‘And Some Will Fall’, ‘Late and Soon’)은 현악과 피아노가 피어나는 가운데 18세기의 화성 진행을 순환하고, 시인들의 대지에 뿌리내린 이미지를 울림으로 되살린다.

그러나 모든 예술 작품에 한 줌의 희망을 담으라는 로스코의 조언(“비극적 개념을 더 견딜 수 있게 하기 위한 10%”)에 따라, 앨범은 ‘Movement, Before All Flowers’의 반복되는 베이스가 안착하며 따뜻함과 단단함의 분위기 속에서 끝을 맺는다. 이 예술가는 “어느 정도의 희망은 중요합니다”라고 말한다. “창작 작업을 하는 데에는 심리적 책임의 요소가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리히터는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 기념비적인 9시간짜리 앨범 SLEEP 그리고 웨인 맥그리거의 발레 WOOLF WORKS – 를 위한 음악을 비롯한 야심 찬 프로젝트들에 특유의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감각을 불어넣어 왔으며, 인권, 이주, 2003년 이라크 침공을 다룬 호평받은 솔로 음반들도 발표했다. 

오랜 세월 거대한 관념과 까다로운 사회적·정치적 문제를 다뤄온 리히터에게 IN A LANDSCAPE의 제작은 또 다른, 더욱 푸른 세계를 열어주었다. 그에게 음악을 만드는 일은 무엇보다도 “일종의 대안적 현실을 만드는 방법”,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구축된 세계를 만드는 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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